MYARTS

  • 작가명 : 진보라,  Silksc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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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Splendid Silence 화려한 침묵

평소 이것저것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는 성격 탓에, 나의 화장대는 깨끗한 날이 없다. 그곳은 나의 하루를 시작하는 공간이기도 하며, 내 성격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무질서하게 늘어져 있는 화장품들의 모습 속에서 복잡한 도시의 형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고층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거나, 낮은 건물들의 모습들, 폐허가 된 건물과 쓰레기더미의 모습이 나의 화장대 안에 있다. 건물들이 이루는 도시의 skyscraper, 마치 높은 건물이나 비행기에서나 보일 듯한 내려다본 시각의 건물들이 밀집된 모습을 나의 화장대를 통해 표현했다.
거울을 통해 확장된 이미지는, 스치듯 보면 거울이 아닌, 앞에 존재하는 화장품과 연속적으로 존재하는 다른 물체 같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화면 하단에서 보여주는 앞모습의 또 다른 뒷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모두 각기 다른 아름다운 향과 모습을 지녔지만, 어느 것 하나 딱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다. 이것은 도시 속의 건물들도 마찬가지이다. 제각각 다른 색상과 아름다운 외관을 지녔음에도 그것이 모여 있을 때는 어느 것 하나 돋보이지 않는다. 작품 속의 화장품 병들은 많은 터치와 색으로 잘 포장되었지만, 그 중 가장 돋보이거나, 혹은 그 반대인 것도 없다. 그저 서 있는 병들 그 가운데 하나 일 뿐이다. 이것은 어떤 장소나 공간에서, 다시 말해 다수 속에서 돋보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주인공이 되려고 내적으로 노력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묻혀 버리고 말아버리는 자아의 표현이기도 하다. 여기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대중 속의 침묵이 존재한다. 도시는 화려하고 찬란하다. 아름다운 것, 더러운 것, 추한 것, 시끄러운 것 모든 것이 혼재하지만, 많은 것은 곧 없는 것.
그 안엔 결국 깊은 침묵만이 존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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